‘창작자’ 조나단 라슨과 친구들의 실화 바탕
뉴욕 할렘가 젊은이들의 방황 아닌 사랑 이야기
지금 이순간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한 질문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작품이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 이해준의 전작인 뮤지컬 ‘틱틱붐’의 연장선과도 같다. 작품은 ‘틱틱붐’의 주인공이자 ‘렌트’의 창작자 조나단 라슨과 실제 그의 친구들 이야기로 시간이 흐른다. 미국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예술가들의 사랑과 열정, 분노와 좌절, 희망과 환희를 있는 그대로 무대 위에서 추억한다.
‘렌트’의 정확한 스토리를 아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뮤덕(뮤지컬 덕후)이 아니어도 작품의 대표 넘버 ‘season of Love’는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래서 공연을 보더라도 결국 남는 장면은 이들이 주는 메시지보단 노래 한 곡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현실의 ‘젊은 예술가’인 이해준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렌트’가 전하는 진정한 사랑과 위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렌트’에 대해 “진짜 사람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소외계층, 동성애자, AIDS, 여장남자 등의 소재가 처음에는 신선하면서도 다소 낯설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공연에서도 다양한 각도로 시도되고 있는 부분이기에 접하기 어려운 장르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작품을 설명하는 방법 중 한 가지로 ‘season of Love’를 소개했다. 이해준은 “곡이 담고 싶은 메시지는 52만 5600분이다. 일 년(365일)을 왜 1분으로 나눴을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우리는 미래를 위해 산다. 당장 죽을 수도 혹은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1분 1초가 소중할 것이다. 더 나눠도 부족한 시간인데, 현재 살지 않고 미래를 위해 살다 보니 막연한 동경에 빠져 현재를 소비한다”라고 답변을 제시했다.

극 중 AIDS 양성 환자인 뮤지션 역 ‘로저’를 맡은 이해준은 자신의 역할을 예로 들며 “언제 죽을지 모르고 사랑에 대한 상처가 있어, 누군가를 품기에는 연약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열어주는 ‘미미’ 덕분에 오직 오늘을 살면서 지금 이순간을 만끽해야겠다고 깨닫는다”라고 말했다.
작품 속 다수 인물이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지만, ‘렌트’도 절망의 순간을 겪었다. 2020년 전 세계를 패닉에 빠지게 한 코로나 팬데믹에 막혀, 9년 만에 올랐던 일곱번째 시즌을 공허하게 보냈다. 이해준은 “당시 코로나19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이젠 그 정도가 줄었다. 어쩌면 그때보다 더 개인적인 세상으로 바뀐 지금이 더 어려운 실정”이라며 “‘렌트’는 소재를 떠나 사랑, 연대, 친구 등 방황할 수밖에 없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30년 장기간 흥행하는 가치 있는 작품임을 증명한다”라고 덧붙였다.
이해준은 “‘렌트’는 ‘찢겨나간다’라는 뜻도 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 것이 아니다. 죽으면 가져가지 못한다. 욕망하는 지점도 어차피 없어질 것이기에 내 것이 되지 않는다”라며 “작품에서 노래하는 52만 5600분은 분으로 잴 수 없는 순간이다. ‘서로 사랑하며 살자’라는 메시지를 담은, 명확한 주제가 있는 노래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자기중심적으로 변해버린 각박한 세상에서 현 순간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렌트’는 내년 2월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