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최승섭기자] “연기는 평생 해도 끝이 없고 완성이 없다”는 명언을 남기며 대한민국 연극, 드라마의 산증인이었던 ‘국민 배우’ 이순재가 25일 영원한 잠에 들었다. 향년 90세.
고인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방송가와 대중은 큰 슬픔에 잠겼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하 ‘유퀴즈’) 측은 25일 공식 SNS를 통해 “우리에게 큰 위로와 즐거움을 전해주신 이순재 선생님께서 별세하셨습니다”라며 “평생 도전을 멈추지 않으셨던 선생님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그곳에서 오랜 동료분들과 함께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했다.


고인이 지난해 4월 ‘유퀴즈’에 출연해 털어놓았던 마지막 고백은 대중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당시 데뷔 68년 차 배우로서의 삶을 이야기하던 고인은 한 달 전 세상을 떠난 절친한 동료 故 오현경을 떠올렸다.
고인은 “우리는 고등학교 선후배고 TBC 개국 멤버다. TBC 뚜껑을 연 멤버가 이낙훈, 김동훈, 김성옥, 김순철, 오현경, 이순재, 이 여섯 명이다. 남은 건 이제 나 하나뿐”이라고 말하며 쓸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내가 가면 여섯 명이 저승에서 만날 수가 있잖아”라며 환하게 웃어 보인 뒤 “내가 나이가 있지 않나. 사람의 생사라는 건 장담할 수 없다. 노력은 하지만 꼭 노력한다고 되는 건 아니”라고 담담히 말했다. 68년 연기 외길, 수많은 작품과 뜨거운 열정 속에서도 잊지 못했던 동료들에 대한 그리움이 투영된 대목이다.
1934년생인 고인은 서울대 철학과 재학 중 연극에 매료되어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로 발탁된 이래, 그는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허준’을 비롯해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명품 연기’를 선보이며 세대를 아울러 ‘국민 배우’로 불렸다.
특히 고인은 노년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 9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연극 무대에서 ‘리어왕’, ‘앙리 할아버지와 나’ 등 대작의 주연을 맡아 후배들의 귀감이 되었다. 지난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마지막 공식 연기 활동으로 건강 악화로 인해 잠시 활동을 중단했지만, 그의 68년 연기 인생은 대한민국 문화 예술계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발자취를 남겼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6시 20분 엄수되며, 장지는 이천 에덴낙원이다.
연기 인생 내내 후배들의 ‘귀감’이 되셨던 故 이순재 선생님, 그곳에서 영원한 안식과 함께 동료들과의 유쾌한 재회를 기원합니다. thunder@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