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인간은 위선(僞善)을 갖고 산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일수록 포장지는 더 화려해진다.

영화 ‘보통의 가족’ 소아외과 전문의 재규는 사회적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에게 위기가 닥쳤다. 아들이 노숙자를 발길질로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얼마 후 병원에서 숨졌다. 그러자 외피가 벗겨졌다. 자신과 타인에게 엄격했던 도덕적 잣대가 자식에게 슬그머니 관대해진다. 영화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묻는다.

장동건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대본 받았을 때 반가웠다. 현실적인 캐릭터를 하고 싶단 생각이 컸다”며 “극 중 재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겠더라. 내 안에 이런 모습이 있다. 그동안 캐릭터는 밖에서 만들어서 덧붙여서 연기했다면 이번엔 내 안에서 찾아서 꺼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렜다”고 말했다.

내달 16일 개봉하는 ‘보통의 가족’은 형제 부부 네 사람이 자식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장동건은 “겉으로는 어린이를 위한 소아과 의사로 표현할 수 밖에 없지만 이면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며 “지질하고 비겁한 본성이 내재돼 있어 배우가 연기하기에도 풍성하고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이 진행될수록 재규는 밑바닥을 드러낸다. 부부간 음담패설도 마구 한다. 아들 시호도 손찌검한다. 대학병원에서 보여준 교수로서 모습과 사뭇 달라 위화감마저 자아낸다.

장동건은 “배우로서 재규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생각한 포인트다. 단순히 착하면 매력이 없었을 것”이라며 “마지막 식사 장면에서 완강했던 형이 설득되지 않자, 형에게 욕설까지 퍼붓는다”고 설명했다.

“그게 꺼내기 싫었던 재규의 본성이라 생각했어요. 저도 그렇게 살고 있는 거 같아요. 제가 살면서 했던 어떤 순간엔 그런 선택을 했고요. 그런 양면성이 재규에게 보였죠.”

결국 재규는 마지막 충격적인 결정을 한다. 돈이 되면 살인자도 변호하는 형을 보며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고 살아왔다. 아이들 범죄가 탄로 난다면 그간 쌓아온 이미지가 무너질 판이다. 노숙자를 짓밟으며 아이들이 키득거린 대화도 “애들끼리 하는 얘기잖아”라고 애써 부정하는 모습에서 내재한 본성을 엿볼 수 있다.

장동건은 “재규는 문제를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면서 묵인했다. 초반에 애들 자수를 시키겠다고 한 것도 애당초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며 “애들을 고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속인 것이다. 자신은 그게 맞다고 신념을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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