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비겁하다. 음주운전 논란 배우를 앞세우면서 정면승부는 피했다. 화제성은 갖고 싶은데 비난은 피하고 싶은 셈이다. 눈 가리고 아웅, ‘호스트 논란 세탁기’로 전락한 ‘SNL 코리아’다.
음주운전 혐의로 세간에 물의를 빚었던 배우 배성우가 쿠팡플레이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7’의 호스트로 섰다. 오프닝부터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감격한 듯 손으로 얼굴을 감쌌고, 환희의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마치 금메달을 따고 금의환향한 모습이었다.
관객들 앞에 선 게 무려 5년 만이다. 김의성 계보를 잇는 다작 배우였는데, 음주운전 이후 5년 동안 영화계에서 ‘언금(언급 금지)’에 가까웠다. 돌고 돌아 메이저 프로그램에 입성했으니, 감격하는 이유가 충분히 전달된다.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더에이트쇼’ 제작발표회로 취재진과 만난 적은 있으나, 당시에는 비난 여론이 거셌다. 박수 세례를 건네는 관객을 만나는 순간을 기뻤으리라 짐작된다. 촉촉이 젖은 눈으로 몇 차례나 관객석을 훑어봤다.
문제는 제작진이다. 다른 출연자에겐 매우 공격적이고 날선 기획을 해왔던 ‘SNL 코리아’는 배성우에겐 지나치게 호의적이었다. 이날 배성우는 ‘동안호소인 인플루언서’ ‘예스, 셰프!’ ‘독거노총각 성우씨’ ‘메소드 프로파일러’ 등의 코너에 등장했다.
음주운전 논란과 관련된 코너는 없었다. 언급조차 없었다. ‘SNL 코리아’ 특유의 성(性) 개그만 가득했다. 앞서 배우 서예지가 출연해 자신의 가스라이팅 논란, 갑질 의혹을 셀프 풍자한 모습과는 다르다. 배성우만큼은 정면승부를 피해준 셈이다. 클로징에서도 논란 관련 언급은 없었다.
제작진이 나서서 의혹을 감춰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본편 공개를 앞두고 배포하는 호스트 보도자료도 생략했기 때문이다. ‘SNL 코리아’ 호스트 보도자료는 세간의 관심을 얻어 중요한 홍보로 인식되는데, 이마저도 포기한 것. 공식 SNS를 통해 짧은 인사말이 담긴 영상만을 공개했다.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배성우는 ‘범죄’의 영역이다. 음주운전과 관련해서는 확실한 언급이 필요했다. 언급을 생략하는 것과 동시에 음주운전이 큰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이 심어지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적극적인 보호로 엿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가 관계자는 ‘SNL 코리아’의 프로그램 의도를 짚으며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사회적인 논란이 있는 사람이 시사 풍자, 블랙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작품의 메시지와 상반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SNL 코리아’는 오프닝 코너 ‘맥도날드 트럼프’로 정치, 사회 풍자 개그를 선보인다. 사회적인 현상의 메시지를 담는 프로그램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는 사람을 포장한다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의 원 메시지를 훼손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의 책임론도 강조됐다. 이 관계자는 “크루가 아니라 호스트로 선택한 것은 제작진의 문제”라며 “프로그램 자체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지속된 논란의 방점을 찍는 캐스팅”이라고 말했다.
풍자와 조롱은 한끗차이다. ‘SNL 코리아’는 그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걸어 왔다. 그동안 ‘SNL 코리아’ 시리즈는 시청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효자손’ 같은 풍자 개그로 사랑받았다. 2012년 대선 후보자들을 패러디한 ‘여의도 텔레토비’는 블랙 코미디계의 한 획을 그었다.
그러나 요즘 ‘SNL 효자손’은 시원치 않다. ‘약자 멸시’와 같은 불명예스런 조롱 ‘밈’만 만들었다. 이번엔 ‘논란 세탁기’로 전락했다. ‘SNL 코리아’의 출발은 2011년이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세탁기의 평균 수명은 10년 안팎이다. 무엇이든 오래 쓰면 고장 난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