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삼성 타선에 때아닌 대형 빨간불이 켜졌다. 올시즌 팀 타율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매서운 타격감을 자랑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차갑게 식었다. 거포의 한 방이 절실해지니 생각나는 이름이 있다. 박병호(39) 얘기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삼성이 NC의 연승 행진을 저지하고 준플레이오프(준PO) 진출에 성공했다. 결과는 좋은데, 1차전 패배로 ‘업셋’을 당할뻔한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타선 침묵이 치명타가 될 뻔했다.

1차전에서 선발이 흔들렸다. 올시즌 NC를 상대로 완봉승까지 거둔 아리엘 후라도가 6.2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다. 더 아쉬운 쪽이 타선이다. 팀 전체 5안타에 그쳤다. 유일한 득점은 이성규의 솔로포였다.
사령탑 역시 패배의 원인으로 타선의 부진을 꼽았다. 상위 타선의 출루가 후속타 불발로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이 흐름은 2차전에서도 이어졌다. 원태인의 6이닝 무실점 완벽투가 무색할 만큼 타자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이날 삼성의 안타는 단 하나. 역대 포스트시즌 최소 안타 승리 기록을 경신했다.

우여곡절 끝 3위 SSG와 준PO전을 치르는 가운데, 출장자 명단이 공개됐다. 와일드카드 엔트리와 변동 없이 선수단을 꾸렸는데, 이틀 내내 벤치를 지킨 박병호의 승선이 눈에 띈다. 박병호는 타선이 침묵하는 동안 한 타석도 소화하지 못했다. 지명타자로 나선 구자욱과 1루수 르윈 디아즈를 밀어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 입지마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올시즌 박병호의 기록을 살펴보면 77경기, 타율 0.199, 15홈런 3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69에 머물렀다. 컨디션 난조 등으로 2군에도 내려갔지만, 슬럼프는 계속됐다. 퓨처스에서도 타율 1할대를 기록했고, 지난 4일 KIA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홈런 역시 6월25일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다만 ‘준PO 박병호’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삼성으로서는 타격감 회복이 시급하기 때문. 게다가 박병호는 준PO 통산 22경기에서 타율 0.342, 9홈런 19타점, OPS 1.176의 호성적을 거뒀다. 예년처럼만 해준다면 삼성으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 중 하나다.
올해 리그에서 삼성(0.271)보다 타율이 높은 팀은 LG(0.278)뿐이다. 마운드 기복을 타선이 메워온 팀인 만큼 타격이 정상 궤도로 올라와야 한다. 올시즌 마지막 경기일지도 모르는 준PO 무대에서 박병호가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ssho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