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한국 남자 배구의 민낯이 드러났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남자배구대표팀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무려 61년 만의 ‘노 메달’이다. 12강에서 파키스탄에 패하며 다음 라운드 진출에 실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겨우 세 경기만 하고 메달 실패가 확정되는 처참한 성적표를 손에 넣었다. 순위 결정전 결과와 관계없이 한국 남자 배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확인했다.

사실 남자 배구는 여자배구대표팀의 부진에 가려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다. 여자부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2년간 24연패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가 눈에 띄었지만, 남자부는 이 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현실이었다. 극한의 부진으로 인해 지탄을 받았던 세자르 에르난데스 여자대표팀 감독과 달리 임 감독은 책임을 어느 정도 피해 갔다고 봐야 한다.

조짐은 있었다. 남자부는 최근 아시아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상실했다. 지난 7월 발리볼네이션스리그 진출 기회가 있는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저컵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아시아의 강자인 일본과 이란, 중국이 출전하지 않는 대회였는데 준결승에서 바레인에 무기력하게 패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우연은 아니었다. 이달에는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5위에 머물렀다. 두 번의 대회를 거치며 이제 아시아에서도 4강 전력이 아니라는 것을 철저하게 확인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얻은 결과를 마냥 ‘충격’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 남자 배구는 최근 몇 년간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잃어버린 것은 물론이고 V리그의 인기나 대중성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 국제 대회 부진에도 인기가 상승하는 여자부와 달리 관심의 사각지대로 향하고 있다. 임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아시안게임을 통해 반전하겠다는 각오를 내세웠지만, 처참한 성적표를 손에 넣었을 뿐이다.

남자부 선수들은 엄청난 연봉을 받으며 프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선수단 연봉은 총 66억원을 넘는다. 많은 돈을 받는 게 선수들의 문제는 아니지만, 스스로 민망할 수밖에 없다.

배구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선수들의 실력뿐 아니라 정신력도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한 대회를 앞두고 선수마다 다른 등급의 좌석을 타는 등 팀이 시작부터 하나가 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실력도 문제지만 그런 태도도 문제 아닌가. 배구는 팀 스포츠다. 모래알 같은 팀이 좋은 성적을 어떻게 내겠나”라고 밝혔다.

결국 선수들은 물론이고 팀을 이끄는 임 감독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여기에 한국 배구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대한배구협회도 화살을 피해 가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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