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
‘더 높은 곳’을 바라봤으나 초반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지난 4월9일에는 ‘최하위’를 찍었다. 그래도 사령탑은 “믿는다”고 했다. 믿음이 현실이 됐다. 투타가 조화를 이루더니 쭉쭉 치고 올라갔다. 마침내 단독 1위. 한화 얘기다. 김경문 감독의 ‘뚝심 야구’가 결실을 본다.
그야말로 한화의 비상(飛翔)이다. 최하위를 찍었던 4월9일부터 23일까지 8연승을 달렸다. 2연패를 기록한 후 다시 9연승을 썼다. 한화가 9연승을 거둔 것은 2005년 이후 20년 만이다.
자꾸 이기니 순위도 오른다. 한 달 만에 10위에서 1위로 올라서는 기적 같은 여정을 보냈다. 개막 후 내내 선두를 지키던 LG를 2위로 끌어내렸다. LG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희망도 사라졌다.

한화 가파른 상승세에는 투타 조화 덕분이다. 막강 선발진은 설명이 필요 없다. 외국인 원투펀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를 비롯해 ‘괴물 에이스’ 류현진, 문동주, 엄상백까지 고른 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선발과 합을 맞춰 불펜도 힘을 낸다.
시즌 초반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타선도 살아났다. 실제로 한화는 개막 후 최하위였던 4월9일까지 팀 타율 0.186에 그쳤다. 그러나 4월10일부터 5월7일까지 팀 타율 0.282다. ‘1할’ 가까이 끌어올렸다. 이 기간 팀 평균자책점은 2.22로 당연히 1등이다. 10개 구단 중 2점대 평균자책점은 한화가 유일하다.

이런 질주의 바탕에 김 감독의 뚝심과 지도력이 있다.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해 시즌 도중 팀을 맡았다. 일단 팀 사정을 살피며 ‘간’을 봤다. 그리고 올시즌 달린다.
커리어라면 차고 넘친다. 특히 창단팀 NC를 맡아 단기간에 강팀으로 이끈 이력이 있다. 1군 2년차인 2014시즌 당당히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이후 2017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섰다. 2016년에는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한화에서도 비슷하다. 하위권 팀에 부임했다. 힘든 시간을 거쳐 다시 위로 올렸다. 시즌 초반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감독하면서 이렇게 방망이가 안 맞는 건 처음”이라 했다.

그래도 베테랑 감독은 선수들 기량이 제 궤도에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 “좋아질 것”이라 했다. 마운드가 강하기에 버틸 수 있었다. 그사이 방망이가 살았다. 이제 투타 밸런스가 맞는다. 2군으로 내려가는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키며 배려도 확실히 했다. 성적에 더해 선수들 마음도 어루만진다.
투타 조화와 더불어 노장의 지도력이 시너지를 낸다. “반드시 가을야구 초대하겠다”는 김 감독의 출사표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2018년 이후 7년 만의 ‘가을야구’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