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 故 김새론의 열연이 아깝다. 유작으로 남은 영화 ‘기타맨’은 올드하고 또 촌스럽다. 옛날 옛적 가난한 기타리스트의 판타지에 가깝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기타맨’은 천재 기타리스트 이기철(이선정 분)이 밴드 볼케이노의 프론트맨이 되는 여정을 그린다. 가난한 기타리스트의 현실과 로망, 사랑을 담았다. 가수 이선정이 주연 배우 겸 감독을 맡았다. 아울러 투자까지 처리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낡고 작위적인 느낌을 감추지 못한다. 휴대전화가 있음에도, 주인공 기철은 굳이 돼지 꼬리가 달린 유선 전화기 벨소리를 듣고 깨어난다. 가난을 은유한 것인데 오글거린다.
정처 없이 떠나는 기타리스트의 여정이 영화의 큰 줄기다. 놀랍게도 기철의 여정은 무엇 하나 자연스럽지 않다. 갑자기 취객과 시비가 붙고, 길거리 건달과도 부딪힌다. 쉽지 않은 삶을 구닥다리 방식으로 표현한 셈이다. 그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팔을 다친다. 비슷한 위기가 반복된다. 주머니 속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는 가난한 기타리스트의 삶은. 불안이 증폭된 세기말 뮤직비디오를 ‘짜깁기’한 느낌을 준다.

‘기타맨’이라는 제목 답게 ‘음악’은 영화 속 주요 소재지만 정작 기철의 가창력은 몰입을 방해한다. 유진(김새론 분)과 방문한 악기 판매점에서 허밍으로 들려주는 자작곡 장면은 실소를 부른다. 음정이 전혀 맞지 않아서다. 뜬금없이 쏟아지는 배경음악도 듣기 거북하다. 무대 위에 오른 기철의 노래도 마찬가지다. 핸드싱크도 엇박자다. 완성도 낮은 음악을 듣는 건 관객에게도 고역이다. 이선정 감독이 직접 가창했다.
기철이 소주병을 들고 비틀비틀 걸어가는 장면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 인물의 괴로움을 표현한 건데, 비슷한 장면을 연거푸 사용하며 지루함만 준다.
기철을 짝사랑하게 되는 재벌 2세 수연(김지은 분)의 감정선도 이해할 수 없다. 연신 치명적인 척하는 주인공을 왜 사랑하게 되는지 알 수 없다. 허세가 과해 도저히 정이 붙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어책을 읽는듯한 어색한 연기도 불호 포인트다.
개연성도 없다. 여성 캐릭터들이 기철을 사랑하게 되는 이유에 현실성이 없다. 딱히 잘한 것도 없는데 어느 순간 모두가 기철을 사랑한다. 갑자기 등장한 수연도 이해하기 어렵다. 사채업자와 씨름하던 기철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도 상식 밖인데, 느닷없이 사랑에 빠졌다. 아무리 술을 마시면서 감정의 교류가 있었다고 해도, 가난하고 허세 가득한 남자를 좋아한다는 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여성 캐릭터의 불필요한 노출신까지 등장한다. 가관이다.
연출적 완성도도 낮다. 눈 깜빡하면 장면이 바뀐다. 방금까지 부서진 기타를 끌어안고 길거리에서 울고 있었는데 다음 장면에선 수연과 바에서 만나는 것이 그 예다. 이렇게 장면이 툭툭 튀어대니 흐름을 종잡을 수 없다.

도저히 매력을 찾을 수 없는 늙은 기타리스트를 사랑해야만 하는 스크린 속 환한 김새론의 미소가 아깝다. ‘기타맨’으로라도 복귀를 꿈꿨을 만큼 간절했던 ‘배우’ 김새론의 모습이 떠올라서다. 이선정은 1975년생, 김새론은 2000년생이다. 두 사람의 실제 나이 차이는 25세다. 아버지뻘 상대 배우를 ‘오빠’라고 부르며 쫓아다니는 모습은 탄식을 부른다. 나이 차도 이유이긴 하나, 매력이 정말 없다.
유진의 결말도 안타깝다. 현실 속 김새론과 어딘가 맞닿아있는 느낌이 든다. 김새론은 이 영화에서 그저 최선을 다했다. ‘기타맨’의 가치는 그것뿐이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