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풍부한 프로 경험, 뛰어난 워크에식, 타선의 중심’.
올시즌 내야수 보강을 외쳤던 키움이 ‘72억 FA’ 내야수 안치홍(35)을 영입하며 이렇게 평가했다. 커리어 정점을 지나 기량이 떨어진 베테랑을 품은 가운데, 키움에서 반등에 성공한 ‘제2의 최주환’을 꿈꾼다.
키움은 2025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 안치홍을 지명했다. 다소 파격적인 선택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설종진 감독이 부임 당시 내야수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안치홍의 경우 몸값 부담이 상당한 까닭이다.

나이도 적지 않은 데다, 올해 커리어로우 시즌을 찍었다. 2023시즌 종료 후 한화와 4+2년 최대 79억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맺은 안치홍은 지난해 128경기에 나서 타율 0.300, 13홈런 66타점 64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797의 성적을 남기며 기대에 부응했다. 실제 한화에서 규정 타석을 소화한 타자 중 유일한 3할 타자였다.
올해 상황이 역전됐다. 2024년에는 팀이 부진한 가운데 제 몫을 해냈다면, 올시즌에는 팀이 정규시즌 2위로 우뚝 올라선 가운데 극도로 부진한 것. 안경을 착용하는 등 나름대로 반등을 꾀했다. 그러나 66경기, 타율 0.172, 2홈런 18타점 9득점, OPS 0.475로 데뷔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설상가상 가을야구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이름값과 몸값을 고려하면 뼈아픈 굴욕이었다. 기량 하락은 분명했고, 나이도 이제 30대 중반이다. 이번 부진을 단순한 일시적 슬럼프로 보기에는 리스크가 컸는데, 키움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새다. 지난 2023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키움에 입단한 최주환으로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최주환은 SSG에서 3시즌 동안 고전했던 것과 달리 키움에서는 지난해 타율 0.257를 마크했고, 올해는 부상 탓에 120경기 출전에 그쳤음에도 타율 0.275의 호성적을 거뒀다. 무엇보다 키움이 올시즌 전체 타율 최하위에 머문 와중에도 송성문과 함께 팀을 ‘하드캐리’한 점이 고무적이다.
탈꼴찌를 선언하며 수뇌부 전면 교체를 단행한 키움으로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을 터. 여기에 주축 선수들의 줄이탈로 베테랑의 노련함이 필요한 상황. 기량이 우수하고 팀 전력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를 선발하는 데 초점을 뒀다는 게 키움 측의 설명이다.

키움 관계자는 “안치홍은 정교함과 장타력을 겸비해 타선의 중심을 잡아 줄 수 있는 선수”라며 “풍부한 프로 경험과 뛰어난 워크에식을 바탕으로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의 구심점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ssho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