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국

[스포츠서울] 고양이과 동물들의 면면을 보면 놀랍다. 호랑이, 사자, 재규어, 표범 등. 싸움과 사냥 잘 하는 동물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동물과 항상 우리 곁에서 맴도는 고양이가 같은 과라니! 고양이는 작은 호랑이나 사자이며 야생의 습성이 남아 절대 인간과 섞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사람을 집사로서 길들이지 않는가?

대부분 반려동물들이 수의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고양이는 수의사를 보면 야생 본능이 살아 난다. 그 본능 중의 하나가 통증을 참는 것이다. 동물병원에 입원한 후부터 계속해서 식빵자세로써 아파도 안아픈 척하느라 바쁘다. 또는 공격적이 되어서 할퀴거나 물어 뜯는다. 아직도 고양이 발톱이 속살을 파고들어 후비던 통증의 느낌이 생생하다. 선명한 이빨자국은 첫사랑의 키스만큼이나 선명하다.

야생동물은 아프다고 표현하다가 다른 포식자에게 사냥 당할 수 있기에 아픔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그런데 고양이가 통증을 느끼는 것을 얼굴 표정을 통해 알 수 방법이 지난 2014년 영국 글래스고 수의과 대학에서 발표됐다. 고양이 통증스코어로서 귀,코, 주둥이의 위치에 따라 통증을 얼마나 느끼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상일 때 귀는 앞쪽을 향하고 있는데 통증을 조금 느끼게 되면 귀 사이의 거리가 약간 멀어진다. 아주 심한 급성통증을 느끼면 앞쪽을 향했던 귀가 옆쪽으로 향하게 된다. 안구의 크기도 통증에 따라 달라진다. 정상일 때 눈을 동그랗게 뜨지만 통증을 느끼면 눈의 일부를 감고, 아주 심한 급성통증이면 눈을 가늘게 뜨게 된다. 이처럼 주둥이, 턱수염, 머리 등의 변화를 점수화해서 통증스코어를 작성한다.

단, 통증이 없어도 통증이 있는 표정을 짓거나 성격이 소심한 고양이는 환경에 따라 귀와 코, 주둥이 위치가 변할 수 있으니 평소 정상일 때 표정을 기억해 두고 비교해야 한다.

입 안에 통증이 있을 때에도 고양이의 자세와 행동과 습관도 변하게 된다. 앉아 있기보다는 누워 있으려하며 주변에 대해 관심이 적고 꼬리를 몸쪽으로 말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리본 장난감에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음식을 먹은 후 머리를 흔드는 행동을 한다. 동물병원 입원장에 있을 때에는 안쪽에서만 있으려 한다.

급성통증시 행동도 변하게 되는 데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모습은 어떤 것이 있을까? 보호자는 평상시 고양이의 자세와 활력, 태도, 거동, 우는 소리 등을 기억해두고 비교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상한 모습을 보일 때는 통증을 의심해 본다. 사람을 좋아하던 고양이가 갑자기 보호자를 무는 경우가 있다. 통증이 심하니 짜증이 나고 화풀이 상대가 필요하다. 이때 그만 호르몬의 지배를 당해 보호자를 물어 버리고 만다.

그루밍을 심하게 하는 모습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보호자가 모르는 상처를 입었거나 통증을 느끼면 그 부위를 계속 그루밍할 수 있다. 정상적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그루밍 하는 모습은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 웅크린 자세를 보이면 복부에 통증이 있을 때이다.

최근 반려동물의 눈을 사진 찍어 보내면 사진을 판독하여 질병이 있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생겨났다. 반려동물은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은 반려동물 의료에 한 몫 할 듯하다. 이런 점은 통증을 느끼는 반려동물의 모습도 인공지능이 스캔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이야기 한다. 인공지능이 발전하여 애매모호한 반려동물의 급성통증도 바로 알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수의사를 대신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수의사 일을 많이 도와 줄 수 있으나 대신 할 수 없으리라고 본다. 수의사는 반려동물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보호자와 소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천24시 우리동물메디컬센터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