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민규기자]포기를 모른다. 어떤 일이든 부딪쳐보고 넘어지더라도 훌훌 털고 다시금 일어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발명왕 에디슨의 명언처럼 실패가 두렵지도 않다. KT 롤스터 사령탑 강동훈 감독이 걸어온 길이 순탄치 않았지만 가슴 속 깊이 품은 ‘도전정신’이야말로 작금의 강 감독을 만든 원동력이 됐다. 여기에 선수를 보는 뛰어난 안목과 리더십까지 그가 왜 명장(名將)인지를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올해로 13년차를 맞이한 베테랑 지도자 강 감독을 만나 걸어온 길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명장(名將)이라 불리는 이유
강 감독은 선수 발굴에 있어 독보적이다. 그동안 다양한 종목에서 많은 선수들과 인연을 맺었지만 LoL만 보더라도 선수들의 면면이 대단하다. ‘쿠로’ 이서행, ‘스멥’ 송경호, ‘투신’ 박종익, ‘칸’ 김동하, ‘비디디’ 곽보성, ‘커즈’ 문우찬, ‘케리아’ 류민석, ‘라스칼’ 김광희, ‘쿼드’ 송수형, ‘빅라’ 이대광 등이다. 강 감독은 “요즘 들어선 선수 발굴이나 육성이란 단어보다도 인연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인 것 같다. 많은 선수들을 만나고 인연을 맺은데 감사하다”며 “그 인연을 알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능이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다양한 종목의 여러 팀을 맡으면서 행복했던 추억도 셀 수 없다. 잠시 눈을 감고 소회에 잠겼던 그는 “특별히 한 순간을 꼽기엔 아름다운 추억이 너무 많다. 선수들과 다 함께 노력하고 힘든 시기와 과정을 이겨내 성과를 이뤘을 때 매우 행복했다”고 과거를 돌아보며 “시간날 때 인사하러 찾아오거나 기념일이나 가끔 연락을 주는 제자들을 보면 뿌듯하고 보람차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현역 감독 중 강 감독만큼 다양한 종목을 경험한 이도 없다. 실제로 그는 LoL을 비롯해 스타크래프트2,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 클래시 로얄, 와일드 리프트 등 다양한 e스포츠 종목의 지도자를 맡았으며, 수많은 우승도 경험했다. 그럼에도 더 많은 종목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넘친다.
강 감독은 “우리나라는 모바일 e스포츠가 매우 취약하다. 환경적으로 PC보급율과 접근성이 우수한 까닭도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도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내게 여건이 된다면 국내 모바일 e스포츠 발전을 위해 새로운 종목의 팀을 창단하고 직접 선수들을 뽑아 더 도전해보고 싶다. 그동안 도전했던 종목에서 항상 우승해왔는데 그 역사를 이어가고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건강회복→서머 시즌 그리고 더 높은 곳을 향해
강 감독은 지난 스프링 시즌 건강문제로 경기장에 나오지 못했다. 지금은 어떨까. 그는 “건강은 계속 회복 중이다. 지금도 선수단과 합숙하며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서머 시즌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다름 아닌 세계 최고의 대회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5년 만에 안방에서 열리기 때문. 강 감독이 KT에 부임한 이후 지난 스프링 시즌 3위라는 최고 성적을 거뒀다. 그만큼 서머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강 감독은 “스프링시즌 시작 전 전문가 예상에서 우리 팀을 5~6위라 했는데 그보다 더 좋은 성적과 경기력이 나왔다. 스프링은 선수들을 개별 파악해 팀의 방향성을 정하고 합을 맞춰가는 등 1년간의 팀 빌딩에 있어 중요한 시즌인데 잘 활용한 것 같다”며 “서머 시즌에는 더 좋은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종적으론 롤드컵에 진출해 팬들과 가을까지 경기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프링 3위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선수단 모두가 한마음으로 리그에 임하고 있다”며 “내가 판단했을 때 우리 팀의 롤드컵 진출은 긍정적이다. 다만, 내가 팀의 방향성을 메타에 맞게 계속해서 잘 이끌어가야 할 것 같다. 롤드컵에 진출한다면 8강 이상의 팀 커리어 하이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3만원’ 서울살이, 기부·봉사 실천의 계기
강 감독은 남몰래 기부와 봉사활동 등을 해오고 있다. 게임을 통해 치유하고 장학 사업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단체를 만들고 싶은 원대한 포부도 있다. 이 역시 ‘포기하지 말자’는 좌우명의 연장선이다.
강 감독은 “우리 형이 지적장애인이다. 어릴 때부터 형이 놀림도 많이 당하고 괴롭힘에 속상한 상황들을 셀 수 없이 지켜봐왔다”며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형을 지키기 위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강해지고자 했다. 반대로 약한 사람들을 누구보다 공감하고 헤아릴 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형과 함께 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재활원에 가서 빨래, 식사, 청소를 하며 나도, 형도 위로를 받았다. 지금은 봉사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기부를 통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있다”며 “더 나아가서 게임을 통해 치유하고 함께하고 장학사업 등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단체를 만들고 싶다. 꼭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단돈 3만원으로 시작한 사연도 꺼냈다. 그는 “2004년 3만원으로 시작한 서울살이가 지금까지 왔다. 당시 아는 사람도 없고 지낼 곳도 없이 시작해 힘들었다”며 “그래도 단 한순간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 ‘포기하지 말자’는 마음이었다. 지금도 가슴 속에 새기며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인터뷰에 강 감독이 걸어온 길을 모두 담을 순 없다. 아직도 할 얘기가 차고 넘쳤다. 다른 한 페이지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끝으로 강 감독은 38주년을 맞은 스포츠서울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스포츠서울 창간 38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서울을 많이 봐왔다. 정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믿을 수 있는 언론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e스포츠에도 더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kmg@sportsseoul.com
◇강동훈 감독이 걸어온 길 그리고 성과
▲스타크래프트2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팀 리그 February 우승
IPL Team Arena Challenge Season1 우승
IPL Team Arena Challenge Season3 우승
2013 HotS GSTL Pre Season 우승
2013 Benq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팀 리그 시즌1 우승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Arena Korea Invitational 우승
Battlenet World Championship WoW Arena Global Finals 3위
Arena World Championship 아시아-태평양 대표 선발전 우승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2017 우승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 8강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2018 우승
리그 오브 레전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2018 준우승
리그 오브 레전드 리프트 라이벌즈 2019 우승
▲클래시로얄
Clash Royale League Asia season 1 3위
Clash Royale League Asia season 2 우승
Clash Royale League World Final 4강
▲와일드 리프트
2021 와일드 리프트 챔피언스 코리아 우승
와일드 리프트: 호라이즌 컵 3위
2022 와일드 리프트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우승
2022 와일드 리프트 아이콘스 글로벌 챔피언십 8강
와일드 서킷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2022 준우승
와일드 서킷 아시아 오픈 2022 준우승
▲왕자영요
2018 왕자영요 KCC컵 4강
2018 왕자영요 프로리그 KRKPL 우승
2019 왕자영요 KCC컵 8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