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 기자] 브라질전 0-5 참패를 ‘보약’삼아 파라과이전에 나선 홍명보호는 전반 행운의 선제골로 웃었다. 그러나 기대한 수준의 공수 기능을 보이려면 더욱더 세밀해야 한다. 골키퍼 김승규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다시 악몽의 실점을 할 뻔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중인 파라과이와 A매치 평가전 전반을 1-0으로 앞선 채 마쳤다.

한국은 나흘 전 5골을 내준 브라질전과 비교해서 큰 폭의 로테이션을 단행했다. 3-4-2-1 포메이션을 유지한 가운데 최전방의 손흥민(LAFC), 3선의 황인범(페예노르트), 스리백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만 두고 모두 선발진을 바꿨다. 2선에 엄지성(스완지시티)과 이동경(김천)이 배치돼 손흥민을 지원사격했다. 김진규(전북)가 황인범의 중원 파트너로 나섰다. 또 박진섭(전북)이 스리백의 중앙을 지킨 가운데 김민재, 이한범(미트윌란)과 호흡을 맞췄다. 좌우 윙백인 이명재, 김문환(이상 대전)이 나섰다. 골문은 김승규(도쿄)가 지켰다.

포백을 기본으로 한 파라과이도 지난 10일 일본 원정(2-2 무)과 비교해서 골키퍼 포함 5명을 선발진에 새로 넣었다. 디에고 고메스(브라이턴), 오마르 알데레테(선덜랜드), 구스타보 고메즈(파우메이라스) 등 공수 핵심 요원은 일본전에 이어 다시 선발 출전했다.

브라질전에서 상대 뛰어난 개인 전술과 속도, 압박에 물러서는 경향이 짙었던 한국은 파라과이를 상대로 초반 좌우 폭을 넓히며 속도를 실었다. 다만 전반 2분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수비 지역에서 이한범과 김승규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뒤늦게 김승규가 공을 전방으로 걷어내는 과정에서 파라과이 고메스가 달려들었다. 그의 몸에 맞고 공이 골문을 향했다. 다행히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한국은 브라질전에서 더딘 움직임을 보인 황인범이 한결 나은 컨디션을 보였다. 전반 11분 3선에서 몸을 돌린 뒤 상대 측면 뒷공간을 파고든 김문환에게 절묘한 침투 패스를 넣었다. 이어진 김문환의 헤더 패스가 수비에 걸려 유의미한 장면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4분 뒤 기어코 황인범의 발에서 시작해 선제골이 나왔다. 중원에서 정교한 탈압박을 펼친 그는 왼쪽으로 달려든 이명재에게 오른발 아웃사이드 패스했다. 이명재가 골문 가까이 크로스한 공을 파라과이 풀백 주니오르 알론소가 걷어낸다는 게 빗맞아 골문 앞에 떨어졌다. 이 공을 엄지성이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골문을 갈랐다. 그의 A매치 2호 골. 지난 2022년 1월 아이슬란드와 평가전 이후 3년 9개월 여만에 득점에 성공했다.

한국은 파라과이의 반격을 제어, 지속해서 반박자 빠른 전환 패스로 기회를 노렸다. 전반 30분 이동경의 왼발 슛이 골문을 스쳤다.

전반 종반 파라과이는 다시 전방 압박을 통해 기회를 엿봤다. 높은 위치에서 압박에 한국 수비진은 몇 차례 패스 실수를 범했다.

그러다가 전반 43분 ‘빅찬스’를 내줬다. 후방에서 박진섭과 공을 주고받은 이한범이 어설픈 리턴 패스를 보냈다가 로날도 마르티네스(플라텐세)에게 공을 내줬다. 그가 단독드리블해 김승규와 일대일로 맞섰다. 그런데 오른발 슛을 김승규가 선방으로 돌려세웠다. 실점하지 않았지만 어이없는 실수였다.

전반 45분 파라과이 프리킥 땐 수비수 알데레테가 공격에 가담해 위협적인 헤더 슛을 시도했다. 이 역시 김승규가 잡아냈다.

한국은 수비 실수와 더불어 추가골 사냥을 위한 역습 기회에서 김진규 등 공격으로 올라선 이들의 패스 정확도가 떨어졌다. 손흥민이 다시 고립되는 장면도 나왔다.

브라질전 예방 주사를 통해 ‘각성 모드’로 경기를 치르고 있지만 상대 실수로 얻은 행운의 선제골 외엔 이렇다 할 장면이 적었다. 공격 지역에서 더 유효한 부분 전술이 필요하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