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한국이 사실상 핵추진 잠수함(핵잠) 도입에 청신호를 켜며 자주국방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4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핵잠 건조와 전작권 전환, 국방비 증액 등 한미동맹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피트 장관은 “한국의 핵잠 도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한미 군사협력의 새로운 단계를 예고했다.
이 회의는 지난달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공식화한 데 따른 후속 논의로, 한미동맹의 상징 구호 ‘함께 갑시다(We go together)’ 속에 열렸다.
핵잠은 핵연료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잠수함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도 사실상 무제한 작전이 가능하다. 평균 속도 또한 디젤 잠수함보다 3배 이상 빠르고, 탐지 위험이 거의 없어 완전 스텔스 작전이 가능하다.
이제 한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인도 등 6개국만이 보유한 ‘꿈의 전략자산’ 핵잠 기술 보유국 대열에 사실상 합류하게 됐다.
핵잠 도입은 단순한 전력 보강을 넘어 한미동맹의 전략적 균형과 자주국방의 심화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핵잠을 다수 보유해 한반도 해역 방어활동을 수행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며 미국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한국군이 핵잠을 보유하면 북한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해군의 잠수함 활동 감시능력도 획기적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우려를 해소할 부분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잠 건조 장소로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지목했다. 그런데 필리조선소는 핵잠 건조 설비가 없어 신규 시설 구축이 필요하다. 국내 조선소보다 비용과 시간이 두 배 이상 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외교적 파장도 만만치 않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북한 역시 한국의 핵잠 전력화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핵잠 도입은 한국에게 자주국방을 향한 역사적 진전임이 분명하다. 핵잠이 부상하는 날, 이는 동북아 안보지형에 새로운 긴장선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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