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들의 삶과 죽음…열정적 사랑과 우정
마지막 순간 혼자 남을 ‘마크’, 영상 속 의미
내년 2월25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젊은 예술가의 꿈과 사랑, 아픔과 치유를 담은 뮤지컬 ‘렌트’. 사회는 이들을 약에 취한 환자, 쓸모없는 빌런 취급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청순한 영혼의 소유자들이다. 이중 유일하게 살아남을 ‘마크’는 죽음의 문턱에서도 서로를 아끼며 보살핀 친구들의 ‘Season of Love, 52만5600분’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는다.
누구에게도 시간이 귀하지만 절실한 이들이 있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아티스트들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일 년. 전기가 끊기고 난방도 되지 않는 춥고 낡은 집에서 함께하는 1분 1초가 소중하다. 마지막 순간까지 볼 수 있는 건 단 한 명 ‘마크’ 뿐이지만, 그는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기 위한 영원의 선물을 촬영한다.

14년 만에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돌아온 ‘렌트’는 기존 멤버 몇몇을 제외하고 모두 뉴 캐스트로 구성했다. 극 중 인물들의 진행자와 같은 역할인 ‘마크’ 역도 새롭게 합류한 진태화, 양희준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마크’는 일 년을 1분 단위로 나눠, 친구들과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나누는 모든 순간을 영상으로 남긴다.
친구들에게 ‘마크의 카메라’는 어떤 의미였을까. 좋은 순간에는 그의 촬영이 마냥 즐거운 놀이지만, 귀찮을 땐 그를 오해하는 도구로 변한다. ‘마크’가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꿨기에 안 좋을 땐 그 골이 깊어진다.

‘마크’ 역 진태화, 양희준은 최근 스포츠서울을 통해 ‘마크’가 카메라에 담고 싶었던 인물들의 다양한 인생의 합의점, 어쩌면 공통분모가 무엇인지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털어놨다. ‘마크’를 통해 두 배우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진태화는 “연습하면서 느꼈던 감정은 중독성이 깊은 넘버들이 많다는 점이다. ‘마크’만, ‘로저’만 외로운 줄 아는데, 인물을 담을수록 모두 외롭다”며 “‘렌트’는 작품 속 인물도, 제3자의 시선도, 사회적으로도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더욱더 ‘사랑’을 외친다”고 말했다.
이어 ‘마크’의 앵글 속 인물들에 대해서는 “그 외로운 모습들을 카메라를 통해 보려고 한다. 우리는 이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과정을 겪기 때문에 마주 볼 자신이 없고 감당도 안 된다”라며 “이 감정이 ‘로저’와의 다툼신에서 뱉고 토해낸다. 우리가 카메라 뒤에 숨는다는 것을 ‘로저’는 알고 있다. 대사와 노래로 와닿을 것이다. ‘마크’는 이들과의 이별을 앞두고 숨고 싶어서 영상을 찍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희준은 “‘마크’는 왜 다른 장르가 아닌 다큐멘터리를 찍었는지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가사에 있듯, 친구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과 이들이 느끼는 기쁨, 슬픔, 분노까지 모든 감정이 꾸며내는 허구의 이야기보다 더 기구하고 비현실적이고 무겁다고 느끼기 때문이다”라며 “친구들의 아름다운 모습만 담은 것이 아니다. 이들의 어둡고 싶은 모습까지 담고 싶어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시작된 시곗바늘은 일 년의 시간이 흘러 52만5600분을 가리킨다. 가슴에 품은 옛사람을 추억하게 하는, 지금 이 순간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렌트’는 내년 2월25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