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판독하는최수원심판과박종철심판[포토]
최수원심판과 박종철 심판이 25일 두산베어스와 SK와이번스의 주중3연전 두번째 경기 4회초 양의지가 좌중간 안타를 치고 2루까지 내달려 아웃이 되자 두산측의 요청으로 비디오판독을 진행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전광판에 다양한 화면을 보여주니 관중들도 정확하게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지난 6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를 찾은 KIA팬 송경숙(38) 씨는 비디오판독 신청 직후 전광판에 흘러나오는 슬로 화면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애매한 장면일수록 판독 시간이 늦어지기 마련인데 이날은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이 슬로 모션으로 노출됐다. 송 씨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방송사가 비디오 판독 신청 장면을 전광판에 띄우기로 합의한 것이냐”고 물었다. 심판들이 헤드셋을 쓰기도 전에 화면이 전광판에 노출돼 손쉽게 오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좋다는 얘기도 이어졌다.

이날 수원구장에서는 두 차례 비디오판독이 신청됐다. 2회말 윤석민 타석 때 2루를 훔친 황재균의 아웃판정과 8회초 타석에서 번트 모션을 취한 최정민의 배트에 공이 맞았는지 여부가 대상이었다. 눈길을 끈 장면은 양팀 벤치에서 비디오판독 신청 시그널이 나온 직후 전광판에서 해당 장면이 나왔다. 도루 판정에 1분, 번트 타구의 배트 접촉 여부에 2분이 각각 소요됐다. 이날은 지상파가 중계방송을 했는데 고해상도 영상뿐만 아니라 자사 케이블채널에서 장비를 운용하는 슬로 화면까지 전광판에 노출됐다. 관중들이 의아해하면서도 반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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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 건물 내로 이전한 비디오판독센터에서 판독관들이 20일 열린 2018 KBO리그 시범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

당연히 비디오판독센터에서도 양질의 화면을 받아 판독할 수 있으니 시간이 단축될 수밖에 없다. 양질의 화면이 비디오판독센터로 들어오니 오독 가능성이 낮아지고 판독 시간도 준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KBO 관계자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때에도 지상파는 비디오판독 화면 협조에 문제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협조해줬기 때문에 올시즌 개막 할 때 비디오판독 화면의 전광판 노출이 전혀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지상파가 중계할 때에는 비디오판독에 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의미다. 비디오판독센터가 오독하기를 바라는 듯 헤드셋을 쓰고 있는 심판진의 모습반 전광판에 송출하다 판독 결과가 다르게 내려지면 초고속 슬로 화면을 집중적으로 중계하는 일부 스포츠 케이블채널의 행태와 차이가 크다.

에이클라가 운영하는 두 개 채널을 제외한 스포츠 케이블채널 3사는 지상파 계열사다. 본사격인 지상파에서는 KBO와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하지 않는데 스포츠채널은 주도권 싸움을 하는 이상한 모양새다. KBO 관계자는 “중계권 협상 과정에 비디오판독 센터에 제공하는 화면에 대한 보상 여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인식에 공감한다. 내년에 지상파 3사와 중계권 계약을 새로해야 하는데 이 때 면밀히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채널 관계자들과도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방송사 사정도 일정부분 이해하고 있어 내년 (지상파)중계권 재협상 때 어떤 형태로든 협의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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