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일부 심판의 지독한 ‘귄위주의’가 K리그를 좀먹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19일 전북 현대 타노스 코치에게 인종차별을 확정하며 중징계를 내렸지만, 축구계에서는 공감대를 전혀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결정이고 지극히 정치적인 목적의 프레임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라는 낯선 조직이 직접 성명을 발표하지 않고 대한축구협회, 연맹을 통해 절차를 밟았다면 오히려 타노스 코치가 정당한 비판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직접 ‘플레이어’로 뛰었고, 예측하지 못한 역풍을 맞았다.

이유 있는 역풍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K리그 일부 심판은 권위부터 내세운다는 비판을 받는다. 판정에 관한 이해를 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 ‘무조건 내 말이 옳다’라며 일방적으로 싸우려 드는 태도를 견지한다는 불만이 주를 이룬다. 심하게 항의하면 보복성 판정을 한다는 의심까지 받을 정도로 신뢰가 무너진 상태다.

적지 않은 K리그 지도자들이 이번 사건을 심판의 외국인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칠게 항의하는 외국인 지도자가 눈엣가시였는데 마침 적절한 ‘명분’이 생겼고, 피해자를 자처해 프레임을 전환하려 했다는 견해다.

A구단 지도자는 “개인적으로 저 상황에서 인종차별 목적으로 눈을 찢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내가 보기엔 그냥 ‘잘 좀 봐라’라는 것 같았다”라며 “나도 심판 때문에 부글부글 끓을 때도 있지만 참으려고 한다. 항의했다가는 또 무슨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B구단 지도자의 경우 “일부 권위적인 심판 입장에선 평소 외국인 지도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 지도자처럼 몸을 사리지 않지 않나. 포옛 사단의 경우 지난 오심에서 SNS에 글까지 올려 더 찍혔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K리그에서 외국인 스트라이커가 유독 반칙을 얻지 못하는 현상을 이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C구단 고위 관계자는 “한국 선수들은 심판을 향해 ‘선생님’이라 부르며 고분고분 반응하는 편이다. 외국인은 그렇지 않다. 그런 면이 판정에서 손해를 보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일부 K리그 심판이면 그러고도 남는다”라고 의견을 냈다. 대다수의 시각이 심판의 권위주의에 방점을 찍는다.

이들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권위적인 것은 아니다. K리그에서 권위적인 것을 넘어 안하무인 이미지가 강한 한 심판이 있다. K리그의 거의 모든 구성원에게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그가 과거 경기 전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었던 지도자를 향해서는 ‘폴더 인사’를 한 장면이 포착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많은 관계자가 ‘정치 심판’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한 지점이다.

포옛 사단은 어떨까. 거스 포옛 감독은 지난 7월 광주FC전 후 이정효 감독을 찾아가 끌어안으며 “팀을 잘 만들었다. 광주가 정말 좋은 팀이다. 경기에선 우리가 이겼지만 존중한다”라고 말했다. 타노스 코치의 경우 지난 8월 강원FC와의 코리아컵 4강 2차전 승리 후 정경호 감독에게 다가가 “강원이 정말 잘 싸웠다. 준비를 잘한 것 같다. 아주 작은 차이로 우리가 이겼을 뿐”이라며 상대를 칭찬했다. 인종차별을 위해 눈을 찢는 행동을 할 정도로 한국인을 깔보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태도를 보였을지 의문이다. 외국인 특유의 다소 격한 리액션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때도 있으나 한국 축구를 노골적으로 무시한다는 비판을 들은 기억도 없다. 이승우가 SNS를 통해 “외국인과 한국인을 나누지 않고 한 명의 사람으로서 공평하게 대하는 태도를 직접 보여줬다”라고 타노스 코치를 소개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연맹은 논란의 시작부터 심판을 피해자로 규정하며 사실상 인종차별을 확정했지만, 어쩌면 진정한 피해자는 이방인 신분으로 K리그를 살아가는 외국인, 그리고 보복을 당할까 전전긍긍하며 심판 앞에서 애써 침묵하는 지도자가 아닐까. 가해자는 물론 권위적이고 정치적인 심판, 그리고 일방적으로 이들의 편을 들어준 연맹이다. weo@sportsseoul.com